하지만 손꼽히는 명문 골프장인 경기 파주 서원밸리CC는 매년 5월 마지막 토요일에 골퍼를 받지 않는다. 지역 주민들을 위한 무료 뮤직 페스티벌을 열기 위해서다. 페어웨이는 소풍 나온 가족들의 쉼터가 되고, 벙커는 어린이들의 씨름장으로 변신한다. 2000년 시작한 ‘서원밸리 자선 그린콘서트’는 코로나19로 집합금지 명령이 떨어진 지난 2년을 제외하곤 매년 이맘때 이곳에서 열렸다.
오는 28일 3년 만의 콘서트 재개를 앞두고 서원밸리CC를 거느린 대보그룹의 최등규 회장(74·사진)을 20일 만났다. 최 회장은 “지난 2년간 콘서트를 못 열어 파주 일대 주민들에게 죄송한 마음뿐이었다”며 “드디어 마음의 빚을 갚을 때가 왔다”며 웃었다.
최 회장은 자수성가한 사업가다. 빈농의 아들로 태어난 탓에 농장주가 되는 게 꿈이었다고 한다. 쌀 한 말을 지고 서울로 올라와 맨손으로 일궈낸 회사가 지금의 대보그룹이다. 전국 66개 고속도로 휴게소와 주유소를 운영하는 대보유통을 비롯해 대보정보통신, 대보건설, 서원레저 등을 보유하고 있다.
골프 사랑도 각별하다. 지금도 하루 36홀을 카트 없이 소화한다. 최근 대보건설 골프단도 창단했다. 최 회장은 “미스샷을 치더라도 트러블샷으로 위기를 극복해야 하는 골프처럼 사업 역시 매 순간 위기 상황을 극복해야 한다”며 “사업 초창기에 혹독한 시련을 겪고 건설업으로 재기한 저에게 골프는 언제나 큰 영감을 준다”고 말했다.
그린콘서트를 여느라 들이는 돈과 포기하는 수익을 합치면 15억원에 달한다. 올해로 18회를 맞았으니 지금까지 100억원 넘게 기부한 셈이다. 최 회장은 “1년 중 가장 좋은 날, 지역 주민들에게 멋진 기억을 선물한다는 뿌듯함에 1년 동안 힘차게 일할 에너지를 얻는다”며 “그린콘서트는 계속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조수영 기자/사진=김병언 기자 delinews@hankyung.com